(생략)
노태우라는 피할 수 없는 벽에 막혀 결국 대통령이 될 기회를 한번 미룬 삼김, 그러나 이번엔 YS의 강력한 리더쉽이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고 있었다. 이에 전략가 JP의 마음은 자연스레, 어쩌면 당연하게도 DJ에게 향했다. 지역색이 약한 JP의 특성상 그 자신이 스윙보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전 대선의 뼈아픈 실패는 DJ에게 마지막 기회였다고 생각했다. JP는 그런 DJ를 다시 일으키기에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당시 정치평론가들의 의견이다. JP는 지략가 답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DJ를 정치판에 다시 불러드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릇 사람은 힘들었던 상황을 기억하면 초인적인 힘이 난다고 했던가. JP는 DJ에게 힘들었던 기억, 즉 미국 망명 당시의 상황을 상기시키고자 했다. JP 또한 사업차 미국에 자주 방문했었기에 영어에 능통했던 차였다(이때 설립한 회사가 여러 차례 인수 합병을 거쳐 JP 모건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긴 연설로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 만큼이나 뼈를 때리는 한마디 말의 힘을 믿었던 JP는 동교동의 DJ 사저에 직접 찾아가기에 이른다. DJ는 JP가 급작스럽게 본인을 방문한 이유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불편한 내색을 감출 수 없었다. JP는 그런 DJ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찬물을 한잔 들이킨 뒤 이렇게 말했다. "Yo DJ pump this party."(김대중 선생님 이 당을 맡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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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될 DJ에게 큰 산은 무엇보다도 전 정권의 IMF 외환위기를 잘 처리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0순위, 아니 정권의 존재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DJ의 취임식이 거행되기 전, DJ는 자신을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준 장본인인 JP를 직접 초대해 만나게 된다. 지난번 만남과는 정 반대의 상황인 것이다. 평소 검소하게 지내던 DJ 답게 차 한잔 마시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시시껄렁한 안부 인사를 전한 둘은 먼 산을 보며 앉아있었다. 그러자 침묵을 깬 DJ의 한마디는 JP가 땀흘려 일궈놓은 정치 인생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말이었다고 회고한다(출처 - JP 모건은 모든지 건든다(예람당)). 그 한마디는 DJ의 야심차고 어찌보면 가련하면서도 배짱 있는 한마디였다. "Drop the beat."(대한민국의 빚을 탕감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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